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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와 책 리뷰

국가부도의 날. 치욕스러운 맛을 본 대한민국

by 장동걸 2022. 2. 25.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의 운명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1997년 대한민국은 연이은 수출 호재와 경기 호황으로 인해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었다. OECD 가입 축하라는 플래카드도 여기저기 붙어있어 마치 축제 분위기가 한창인 거 같다. 같은 시간 한 금 융회사의 직원 윤정학(유아인)은 신입 회사원 레이크레이션 행사를 위해 버스에 앉아 서류를 넘겨가며 체크사항들을 살펴본다. 마침 버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진행자의 맨트에 귀 기울여보며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직감하게 되고 곧이어 확신에 찬 표정을 짓는다.

라디오 청취자들의 사연들을 유심히 듣던 윤정학은 이 나라가 국가부도의 위기에 가까워져 왔다는 사실을 인지 했던 것이다. 곧바로 직장에 사직서를 던져 투자자들을 모집해 나라의 위기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하여 두 명의 투자자와 손을 잡는다. 다른 한 편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 갑수(허준호)는 백화점과의 계약을 위해 5억 원의 어음을 받고 거래하자는 계약에 도장을 찍는다. 직원들의 사장으로 한가정의 남편으로서 큰 계약을 따낸 것에 대해 설레이고 기쁜 날이었다.

출근을 위해 걷고 있던 한국은행 통화금융정책 팀장 한시현(김혜수)은 길가 갑판에 놓여있는 신문들의 내용에서 금융위기의 시그널을 읽는다. 경제위기가 올 것을 예견한 한시현은 곧바로 상부에 보고를 하고 청와대와 금융수장 3인의 회의를 건의하고 대응할 것을 주문하지만, 정부 측 재정국 차관(조우진)의 안일하면서도 친기업적 행보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재정국 차관의 의견이 반영돼 IMF를 끌어들여 금융구조조정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IMF의 요구조건이 굉장히 불합리했지만 친기업적 마인드의 재정국 차관 입장에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리하여 잘 나가던 대한민국은 IMF 관리체제하에 들어섰다. 이 여파로 어음이 부도나 회사를 접게 될 위기에 놓은 갑수는 직원들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된다. 반면에 경제위기를 미리 예측한 윤정학은 투자들과 함께 값이 떨어지는 부동산을 매입하고, 많은 달러를 사들여놓으며 큰 이익을 보게 된다. 영화는 20년 후에 성공을 이룬 윤정학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는다.

대한민국의 치욕적인 그날

국가부도의 날 IMF 관리 체제에 들어선 1997년의 대한민국은 그날 이후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한층 심화되었고 재벌과 중소기업의 불합리한 격차가 수없이 많이 이루어졌다. 사람들 사이에 신분의 격차가 생긴 것이다. 친기업적 조건을 내세운 IMF는 구조조정이라는 명목 하에 힘없는 비정규직을 정리해고, 9개 부실 종합금융사 영업정지, 외국 금융회사의 국내 금융회사 인수 합법화등 가혹한 조건을 내세웠다. 한마디로 금융의 주권을 뺏긴 것이다. 

이 치욕적인 날을 감독 최국희는 사실적으로 그날의 일들을 디테일하게 이영화에 잘 묘사했을 뿐 아니라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와 어우러져 영화를 흥행시킨다. 한시 현역의 김혜수는 평소 이미지와 같게 지적이면서 날카롭게 상황을 집어가는 표현력이 좋았고 갑 수역의 허준호 배우도 중소기업 사장의 책임감과 죄책감을 훌륭히 해냈다. 윤정학 역에 유아인 역시 금융인의 날카로운 연기와 설득력을 잘 보여준 거 같아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영화는 흥행에 성공해 제40회 청룡영화상 남우 조연상을 수상했다.

위기은 반복되고, 위기는 기회이다.

국가부도의 날 다시 위기의 그날이 온다면 나는 대응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준비가 되어있는지 그런 날이 오게 된다면 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영화에서 윤정학처럼 투자금을 모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 재산을 형성해 놓고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있을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위기의 그날 난 극 중 갑수(허준호)처럼 속절없이 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마 평범함 사람이라면 대부분 갑수의 사정이 될 것이다. 위기의 신호를 잡기 위해선 항상 의심하고 또 의심해서 신경을 날카롭게 세워야 한다는 대사처럼 특별한 노력이 필요할 거 같고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는 평범하지만 진리인 격언이 다시금 와닿는다. IMF사태는 막을 수 있었던 것일까 일본의 차관을 빌려 해결을 할 수 있었다면 현제 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려나 궁금하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이런 치욕적인 날을 극복하고자 금 모으기 운동을 전개 해나가 이 위기를 타개해나가기 시작하는데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국민적 단합이었다. 덕분에 빠르게 IMF로부터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 이것 역시 세계 어떤 나라도 이루지 못한 업적임이 분명하고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아직 현재에 남아있긴 하지만 자랑스럽긴 하다. 신분의 격차, 차별이 만연한 세상이 되어 세상살이가 삭막해진 현재의 부작용은 다시는 겪지 말이야 한다는 희망으로 영화의 감상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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