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잃은 가장의 무게
국제시장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1950년 북한군을 거의 밀어붙인 미국과 한국 연합군은 승리를 코앞에 두고 있었으나 중국군의 참전으로 연이은 후퇴를 하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하여 끝내는 흥남부두에서 철수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름하여 그 유명한 흥남철수였던 것이다. 북한군과 중국군의 역습으로 목숨이 위태롭게 된 북쪽의 주민들은 철수 준비를 하던 미군들에게 자신들도 같이 배에 태워달라고 사정을 해보지만 탈출선의 정원이 부족해 이를 거부하며 고민하던 미군 장교는 이내 주민들을 외면할 수 없었고 미군 장교는 함선의 무기와 짐들을 모두 바다에 버린 후 10만의 주민들을 가득 태운다. 배에 올라타는 광경은 아수라장 일수밖에 없었고 그 아수라장 속에 주인공 덕수(황정민)의 가족도 함께였다. 덕수네 가족은 배가 출발하기 전 여동생 막순을 놓치게 되고 덕수의 아버지는 딸을 찾으러 갈 테니 덕수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네가 이제부터 가장이다. 그렇게 아버지와 어린 여동생을 북쪽에 두고 배는 남쪽을 향해 마침내 덕수네 가족은 부산에 도착하게 된다. 부산에 친인척 고모 꽃순이네에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지내게 되고, 덕수네 가족은 하염없이 아버지와 여동생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어려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형편이 어려운 고모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덕수는 그곳에서 만난 친구 달구와 함께 구두닦이를 하며 고모네 가족에 패를 안 끼치려 했으며 어머니와 동생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세월이 지나 동생 대학 등록금 등의 목돈이 들일이 많이 생겨 우연한 기회에 독일에 광부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접하고 친구 달구와 이역만리 독일 땅을 향했다. 일을 하며 그곳 광산에 광산이 무너 저 많은 사람들이 죽는 걸 목격도 했으며 일이 끝나면 시커먼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채로 집에 돌아와 녹초가 되는 생활을 수년간 지속해나간다. 힘들고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을 때 한줄기 빛이 찾아온다.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영자(김윤진)를 우연히 만나 고백까지 하고 애까지 낳아 행복한 시간도 찾아왔다. 시간이 지나 한국으로 귀국한 덕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들 결혼도 있고 돈이 더 필요해지자 이번에도 역시 달구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베트남 전쟁 중 다리를 못쓰게 된 덕수는 그 길로 한국에 돌아오고 더욱 무거워지는 어깨의 짐을 느끼며 외로움 속에 북쪽의 여동생을 그리워한다.
이만하면 잘살았지.
전후 먹고살기 힘들었던 1950년대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 "국제시장"은 이야기를 덕수라는 한 가정의 가장을 통해 그 시절 자신이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보다 가족을 위해 온 평생을 살아온 이 시대 아버지들의 고단하고 외로움을 잘 표현한 영화이다. 그 시절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가 갖은 인종차별과 수모를 겪으며 오로지 가정을 지키기 위해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한국의 아버지들은 목숨을 내던지며 머나먼 타국에서 사투를 벌이고, 또한 여성들은 간호사로 일하며 치매환자 등 중증환자를 돌보며 힘든 싸움을 보내던 시기이다. 영화감독 유재균은 이런 시대적 배경을 아버지의 희생에 담아 감동적인 영화로 탄생시킨다. 배우 황정민의 덕수 역할도 훌륭했고 감초 역할을 한 조연배우 오달수의 달구 역할도 스크린을 가득 채워나갔다. 영화가 끝나갈 때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된 덕수와 부인 영자는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한다. 덕수가 영자에게 이만하면 잘 살았지라며 묻는 장면은 최선을 다해서 살아온 인생 후회가 없어라는 말로도 들려져 와서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감독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국제시장은 각종 영화제 상을 휩쓸며 1400만의 누적 관람객을 기록 최고의 흥행장이 되었다.
아버지라는 이름
영화 "국제시장"은 흥남철수부터 시작해서 부산에 정착해 악착같이 살아가는 한 가장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보니 곧이어 나의 아버지가 생각이 절로 날수 밖에 없었다. 우리네 아버지도 그런 고단한 삶을 똑같이 살아오셨기에 그리고 그 광경을 직접 목도하고도 당연한 아버지의 책무라 치부해 애써 외면해왔던 난 눈물이 흐른다.
이산가족상봉 장면 역시 어려서 많이 봤었는데 영화 속에서 오랜만에 다시 접해도 감동의 눈물이 흐르니 언제 봐도 또 자주 봐도 이산가족의 슬픔과 아픔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의 장을 만들어주는 거 같다. 극 중에 구두닦이 하던 모습이나 지나가는 미군들에 기브 미 초콜릿을 외치는 모습 등은 왠지 낯설지 않아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영화 국제시장은 이나라 아버지들과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최고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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