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꽃핀 외국인과의 진한 우정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은 딸이 친구와 싸우고 돌아와 억울해하며 울면서 하소연하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흥분 가득한 모습으로 딸 친구의 부모를 찾아간다. 하지만 친구의 부모님은 만섭이 살고 있는 집주인이었고 밀린 월세 생각이 절로 나서 제대로 따지지 못한 채로 자기 집으로 되돌아온다. 딸 앞에 제대로 체면을 구긴 만섭. 전전긍긍 돈 벌 궁리를 하던 차 다음날 기사식당에서 동료와 밥을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의 오고 가는 이야기가 귀를 번쩍 뜨이게 한다. 외국인 손님을 광주까지 태우고 갔다 오면 일당으로 거금 10만 원을 준다는 것이 아닌가. 10만 원이면 월세를 충분히 갚을 수 있었던 만섭은 뒤도 안 돌아보고 다른 택시기사의 외국인 손님을 가로채 광주로 출발을 하게 된다. 외국인 손님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는 외신 기자였는데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단 소식에 광주로 향하고 있었고 만섭은 이러한 사실조차 모른 채 오로지 1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싱글벙글 특유의 넉살 좋은 성격으로 피터에게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해가며 택시 안의 분위기를 어지럽힌다. 오랜 시간 길 위를 마침내 광주의 초입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때 갑자기 고속도로 위에 군인들이 만섭의 차를 세우고 검문을 한다. 외국인 손님을 날카롭게 째려보며 말하는 군인들은 광주에 들어갈 수 없다는 냉담한 말투와 함께 고압적인 자세로 만섭을 압박한다. 군인들의 평소와 다른 생소한 모습에 놀란 만섭은 피터에게 서울로 돌아갈 것을 종용해보지만 피터는 돌아갈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한다. 어떻게 하든 10만 원을 사수해야만 하는 만 섭은 하는 수없이 우회길을 찾아 드디어 광주시내로 입성을 하게 되는 데 성공한다. 곧이어 어렵게 도착한 광주의 참혹한 광경을 목도한 만섭과 피터는 믿기 어려운 듯 놀라고 만다. 위험을 직감한 만섭은 서둘러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하게 되지만 하필 택시가 고장 나 하룻밤을 꼼짝없이 광주에서 보내야만 했다. 그곳에서 만난 대학생 재식과 광주지역 택시기사 황 기사 일행들의 도움으로 하룻밤을 보낸 만섭과 피터. 그사이 광주의 분위기는 더욱 어두워져만 간다. 군인들이 시민을 향해 총을 발포하고 때리고 죽이는 모습은 아비규환 생지옥 그 자체였다. 여기에 저항하는 광주시민들의 모습에 점차 동화되어가는 만섭과 피터는 그들과 결국 한마음이 되어간다.
군인들의 세상
1970년대부터 이어온 군사정권은 본인들의 목적을 위해 총칼을 서슴없이 휘두르며 이나라 민주주의를 멍들게 했는데 이러한 시대적 배경 중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민주주의 운동이 펼쳐진 광준 5.18 운동을 장훈 감독이 명품 배우 송광호와 함께 택시운전사 라는 아주 평범한 사람의 시야로 그 당시의 놀라운 광경을 영화에 담았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군사정권과 부당한 공권력에 맞서는 나라가 있다. 미얀마와 홍콩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의 시민들 등 수많은 곳에서 죄 없는 순진한 시민들의 피를 흘리게 한다. 이런 나라들은 시민들의 희생이 얼마나 되는지 피해가 얼마나 큰지 공개하지 않아 세계인들의 눈을 속이고 사태를 축소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게 된다.
영화 택시는 실제 일어났던 일과 실존 인물을 각색하여 만든 영화이고 그 당시 일을 독일 기자 피터가 목숨을 걸고 취재해 보기 드물게 그 실상이 세계에 알려질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미국 등 서방국들의 압력이 대한민국 군사정권에 영향을 미쳐 더 확대되지 않은 측면이 있었지만 이미 군사정권은 자신들의 목적을 다 이루었다. 저항하지 않는 기록은 없다고 한다. 그때 당시 그러한 민주화 운동이 없었다면 현재 대한민국은 군사정권이 호시탐탐 노리는 불안정한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마치 미얀마처럼 말이다.
세계에 알려진 잔혹하고 비정한 권력
영화 '택시 운전사'와 '1987'은 홍콩의 우산 혁명 등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이 돌려보는 영화라 한다. 미얀마 시민들의 시위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영화가 틀어지고 있다. 우리의 아픈 과거를 극복하는 과정이 그 나라 사람들에게도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뿌듯하지만 한편으론 현대사회에서도 아직까지도 이런 지옥 같은 야만적인 장면을 티브이 뉴스로 접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극 중 만섭(송강호)은 딸이 걱정되어 피터를 놔두고 혼자 서울로 가는 도중 딸의 예쁜 신발을 사며 내적 갈등을 하는 모습을 담은 모습, 작은 식당에서 주먹밥을 먹으며 광주의 참상에 눈물을 글썽이고 마침 그 내적 갈등을 정리해가는 연기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딸과 통화에서 아빠가 광주에 두고 온 손님이 있어서 늦게 갈 거 같다는 대사는 심금을 울리게 만들었다. 끝까지 본인일을 수행하지 못한 개인적인 고뇌였을까 아니면 피터를 통해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길 원했던 그런 고뇌였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아마 후자의 고뇌였을 거 같다. 다시 광주로 돌아가 피터를 데리고 광주의 지름길을 통해 서울로 향하던 중 검문을 당해 꼼짝없이 잡힐 위기에 놓이게 되는데 이 장면에서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달한다. 하지만 하늘이 도운 걸까 검문 중인 양심적 군인의 기지로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하고 피터를 마침내 공항까지 안내해 탈출시킨 장면은 끝까지 영화의 몰입감을 증가시켰다.
'영화 와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A star is born(스타 이즈본) 레이디 가가의 폭풍 감동 연기 (0) | 2022.02.24 |
---|---|
영화 내부자들. 거대권력이 무너지다 (0) | 2022.02.24 |
범죄와의 전쟁. 누가 더 나쁜놈인가 반달 vs 건달 (0) | 2022.02.23 |
더 킹. 바닥인생에서 권력의 정점까지 달린 남자. (0) | 2022.02.23 |
영화 사도. 부모 자식간의 갈등과 사랑에대한. (0) | 2022.02.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