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 교도들을 숙청한 신유박해
자산어보는 세 명의 형제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고문을 받는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정약종, 정약전, 정약용 삼 형제는 각기 개성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달랐다. 이 영화의 주인공 정약전은 어려서부터 가장 총명했지만 조선의 유교사상과 유자에 대한 공부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평소에 늘 마음에 품고 살았다. 학문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던 정약전은 서학의 하나인 천주 교리를 받아들여 학문의 폭을 넓인 것이 화근이 되어 세상의 끝 흑산도로 결국 유배를 떠나게 된다. 동생 정약용 역시 학문에 대한 욕구로 천주 교리를 접했던 것이었는데 이렇게 세명의 형제는 모두 고초를 겪게 된다. 흑산도로 내려간 정약전은 유배생활을 하며 주민들에게 가까이하지 말라는 마을 수령의 명령도 있고 해서, 처음 흑산도에서의 생활은 순탄치 않게 된다. 유교사상에 매몰되지 않은 정약전은 백성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필요한 학문을 찾고 연구하던 중에 흑산도 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고기에 호기심을 두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바다 물속에 사는 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을 잘 알고 있는 창대라는 청년을 만나 벗을 삼고 창대에게는 글을 가리키고 창대는 물고기에 대해 가리키고 서로에게 스승이 되어 우정을 쌓아나간다. 시간이 흘러 학문이 쌓인 창대는 스승인 정약전의 학문이 위험하다 생각한다. 유자의 나라 조선에 다른 학문을 자꾸 이야기해서 말이다. 사실은 본인의 출세욕을 숨기며 창대는 스승 정약전과의 정을 떼려는 듯 모진 말도 하면서 결국 육지로 나가 출세의 길을 시작한다. 창대가 떠난 후 실망을 많이 한 정약전은 그 사이 건강히 악화되어 물고기 연구에 지장이 생기지만 학자로서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물고기 연구를 지속해나간다. 이름하여 자산어보가 만들어진다. 출세의 길에서 고군분투하던 창대는 현실과 그동안 배운 책 속의 배움이 너무나도 큰 괴리감으로 다가온다. 뒤늦게 정약전 스승의 학문적 폭넓음과 깊이를 깨달으며 결국 귀향을 결정한다. 이미 돌아가신 스승을 존경으로 대하며 이영화는 끝을 맺는다.
조선 최초의 해양생물 백과사전 자산어보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 백과사전 자산어보는 총 3권으로 구성되어있다. 그 당시 창대와 266종의 해양생물을 해부하며 연구하여 각종 어류야 조패류 등이 수록하였지만 아쉽게도 현재 필사본만 남아있다. 실제 창대는 자산어보에 9번이나 언급될 정도로 창대의 도움을 많이 앗고 서로에게 많은 의지를 한 듯 보인다. 둘의 우정이 영화의 허구라고 속단하기엔 무리가 있을법하다. 영화에서 나온 가거댁 역시 실존인물로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만드는데 정신적 지주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 영화를 만든 이준익 감독은 흑백영화로 조선시대의 투박한 시대 배경을 표현했는데 영화가 개봉되기 전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 우려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개봉을 하니 흑백의 조선은 절묘하고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표현하고 담았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루게 된다. 주연배우 설경구는 흑백영화가 칼러보다 더 섬세한 제작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반면에 사물보다 인물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다는 이야기를 한다.
주연 설경구, 창대 역에 변요한, 가거댁 이정은 등 수준 높은 배우들과 역사극 전문가 이준익 감독의 환상적인 조합이 자산어보라는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다른 학문을 받아들인 용기
영화 자산어보에서 천주 교리가 조선에 물밀듯이 몰려들고 있던 시기에, 정 씨 형제는 학문적 호기심에 나라에서 금하는 금서를 탐독하게 되어 결국 각자 유배를 가게 된다. 신유박해라는 말이 있듯이 그 당시 천주교도에 대한 박해로 수많은 죽임을 당해야 했던 시기이므로 정 씨 형제의 이와 같은 행동은 참으로 용기 있던 행동이었다. 조선시대 유학자들 거의 모두가 그렇듯 외세에서 들어온 학문적 가치에 대해 애써 외면하는 사회분위기가 있어서 더욱 어려운 행동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폐쇄성은 약 100년 후 일본 등 강대국의 먹잇감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영화를 보는 동안 답답함이 절로 밀려온다. 상놈 창대를 벗처럼 대하는 정약전의 태도로 보아 당시에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행보로 보였고 상놈 양반 가릴 것 없이 오로지 대등한 사람으로 대하는 열린 마음의 정약전을 스크린에서 새삼스레 볼 수 있었다. 또한 흑백과 어우러진 영상미는 너무 아름다운 자태라 처음 영화를 보기 전의 선입견은 온데간데없이 더욱 깊이 영화에 빠져들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정약전이 죽고 창대가 찾아와 깊은 존경심을 보였던 장면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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